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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하나. 이곳은, '천신관'

 

깊고 으슥하기로 알려진 안개산을 알고 있나요? 너무 높고, 가장 높은 나머지 안개가 둘러싸여 내로라하는 사람들도 접근이 불가한 산이지요. 그러나 그 산에는 먼 옛날, 용과 인간이 수련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공간이 있습니다.

숱한 안개와도 같은 하나의 '뜬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는 정말로 그곳을 방문하겠다는 결심을 세웁니다. 아주 오래 산, 해를 무수히 넘어 어떠한 지경에 오른 이들은 정말로 '천신관'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안개와도 같은 소문은 형체도 없이 쉬이 스러지는 법, 그러나 '용과 인간의 수련'에 대한, 전대미문의 소문은 계속해서 출처 없이 떠내려오고만 있었으니까요. 그에 대한 궁금증 또한 쉬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소문의 형체를 제대로 파악하기 전까지는 이 소란이 잠재워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안개산에 정말로 그런 장소가 있는지, 소문이 아닌지, '존재'했었는지. 깊고 으슥한 안개를 뚫고 올라간 안개산의 한 장소, 아마 어디라고 특정할 수 없을 어떠한 곳에서 그들은 '천신관'을 발견합니다.

 

이제는 텅 비어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는 그 건물은, 오로지 '천신관'이라는 명패만을 남긴 채 홀로 남아있었습니다. 지대가 높은 산인 만큼, 눈에 얼어붙은 건물은 마치 그 이전을 기억하겠다는 듯 완전히 보존되어 눈에 감춰져 있었다고 하네요. 오로지 그들이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천신관'이란 흔적뿐. 용이 실제로 있었는지, 수련이 있었던 것은 맞는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으나 확실히 이곳에 천신관이라는 공간은 있었습니다.

 

그 하나의 미묘한 확정을 가지고, 요괴들은 조사를 포기한 채 하산합니다.

둘, 작은 산골 마을 연하, 한적한 관광지

 

무수히 높은 안개산을 지나, 그 밑에는 아주 작디작은 산골 마을이 존재합니다. 산 아래의 마을이 으레 그렇듯, 관광지로서 어떻게든 이름은 올리고 있는 정도의. 그래 봐야 '산골'이지만요.

 

이따금 오는 사람들은 가장 높다는 산으로 알려진 그 산의 정기, 기운을 받기 위해서 마을에 들립니다. 안개산에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마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 이유인지는 몰라도, 꾸준하게 이 마을은 관광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었습니다. 산 아래의 마을이라는 점 때문에, 계절을 가리지 않고 단체 관광객들이 주로 오는 장소니까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 특히 산에서의 '정기'를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마을을 한 번쯤 들렸을 정도입니다.

이따금 이색 관광으로 연하마을이 소개되는 지면이나 신문도 적잖은 수준이지요.

그런 마을에서 이번에, 새로 계획하고 있는 안건이 있습니다.

셋, 추분, 술시에 만나자!

 

9월 23일, 이날은 낮과 밤의 길이가 완전히 같아지는 시기입니다.

이날에 축제를 열기로 하는 것은, 그만큼 이런 날이 뜻깊은 날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관광객들에게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될 것이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일종의 재충전이 될지도 몰라요. 가을은 추수와 감사의 계절이니만큼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하게 열릴 수 있는 축제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전야제부터 시작해, 야시장 및 즐길 거리가 가득한 축제 당일, 그리고 마무리 후일까지 진행하기로 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성대한 규모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소원을 비는 풍등을 보냄으로써 화려한 축제의 막을 장식할 예정입니다……. 그 축제에 초대받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장소는 '안개산 아랫목, 작은 마을의 강가' '강물과 함께 빛나는 야시장 불빛을 바라보며, 가을의 기쁨을 만끽합시다!'라고 적힌 초대장과 풍등을 가지고 오면 됩니다.

 

이 특별한 축제는 가을을 맞이해 모두에게 축복과 안녕, 건강을 비는 의미로 개최될 것이고….

그런 축제 기간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셋? 인간들의 축제에 참여할 것, 축제 기간에 요괴인 것을 들키지 말 것!

어르신들의 말씀을 잘 들을 것.

 

사방신을 따르는 어린 요괴들이 있습니다.

현무, 백호, 청룡, 주작. 이들이 이끄는 ‘요괴 학교’는 요괴를 보다 요괴답게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진 학교입니다.

인간의 입지가 요괴 전성시대보다 한참은 넓어진 지금에 이르러서는, 요괴들도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요괴들에게 필수로 여겨지는, 정말 중요한 ‘대목’이 있습니다.

이는 요괴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시험입니다.몇 번이나 낙방한 선배가 있다던데…! 그것은 인간들의 축제에 참여하는 것! 이 대행사에는 중요한 규칙이 존재합니다. 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요괴인 것을 들키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외에도, 어르신들의 말씀을 유념해야 한다든가 하는 규칙들도요. 왜 요괴인 게 밝혀지면 안 되는 걸까요?

 

그런 의문을 가진 채, 우리는 인간들의 축제에 슬며시 발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확인했는지 두 번은 더 확인해! 그 모습이 정말로 ‘잘’ 된 거냐…?

마지막! 안개산 및 축제를 벗어나지 말 것.

 

그 어떤 산골이든 시골마을이든지간에, 요괴들을 섣불리 인간 속에 섞이게 하는 것은 쉽지 않지요. 이 모든 게 가히 목숨을 건, 요괴 학교의 졸업 요건! 이라곤 하지만, 안개산에 그 모든 이유가 있습니다. 안개산을 넘어 다른 마을로 진입하는 순간, 요괴에게 적대적인 인간들이 득시글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요괴들에겐 아직 무법지대와도 같습니다. 오로지 안개산 아래서 그들에게 보호받았던 인간들만이 요괴를 적대하지 않으므로, 사실 이 모든 건 어린 요괴들의 안전을 위한 장치이기도 합니다. 안개산의 어린 요괴들에게는 아직까지 그 모든 면을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축제를 겸해서, 요괴들의 '안전한' 시험장소가 되는 셈이기도 해요.

아직은 많은 훈련이 필요한, 어린 요괴들의 축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풍등을 가져와,

가장 크고 성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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